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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I 참관기

커피좋아 2019.02.04 21:26 Views : 892

주된 연구분야를 생물정보학으로 바꾸기 전에는 AAAI 에 종종 참석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최대 & 최고 학회였기 때문이지요. 최근에는 생물정보학 분야의 학회에 주로 다녔고 올해에도 원래는 AAAI에 참가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논문 발표가 있다고 하고 장소가 하와이라고 하니 저도 조금 구미가 당겼고, 그동안 등한시 했던 인공지능 연구가 요즘은 어디까지 왔나 궁금해졌습니다. 연구년의 끝마무리를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학회로 하는 것도 좀 특별할 것 같았습니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남편이 진즉에 AI 연구를 했으면 함께 여러가지 연구를 해 볼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둘이 같이 쓴 논문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구요. 하하하.

요즘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같은 줄 알기도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고 인공지능이 기계학습을 포괄하는 훨씬 넓은 분야의 학문을 지칭합니다. 최근 하도 인공지능이 hot 하니까 한때 AI를 전공했던 사람으로 거의 20년만에 참관한 AAAI에 대한 몇가지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전반적으로 여전히 AI 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이 많고 각 분야에서 꾸준히 발전은 있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학회는 참석자가 6,7천명 정도 됐다고 하고, parallel로 10개나 되는 트랙이 있어서 저는 가급적 다양한 세션에 한번씩 들어가 봤습니다. 예전에 제 전공이던 knowledge representation and reasoning 세션을 제일 먼저 들어가 봤고요. natural language processing, deep learning, GAN, AI for social impact, Bayesian learning and probabilistic graph model, search/constraint satisfaction & optimization, planning / routing / scheduling 등을 한두차례씩 둘러보기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다양한 문제에서 machine learning이 어떤 식으로든 활용되고 있는 연구가 많았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커뮤니티가 machine learning에 집중해서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Oxford style AI debate 세션에서 나온 의견인데, 동영상이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Oren Etzioni가 저렇게 유머가 넘치는 사람인 줄은 처음 알았네요. https://aaai.org/…/AA…/oxford-style-debate-the-future-of-ai/)

학회 첫날 있었던 타운홀 미팅에서는 생물학 분야에서 과거에 했던 Genome Project나 입자물리학 분야의 LIGO project 등을 예로 들면서 AI 커뮤니티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결론은 없었지만 학회에서 이런 고민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연구 커뮤니티가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일이 아닌가 싶었고, 국내 학회들도 이런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human genome project와 달리 모두가 인정할 만한 공동의 AI 과제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HGP는 목표 자체가 명백합니다. 그 목표를 어떤 시간 내에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는 좀 미지수였지만 목표 자체는 매우 명백했고, 그 목표가 달성된다면 거의 모든 생물학 분야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다들 인정하는 일이지요.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참석자들 중 senior 그룹은 대체로 제가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아직도 활약하고 있고 대부분 백인/유대인 위주였습니다. 타운홀 미팅이나 AI debate 세션에서 패널이나 사회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이나 유대인이었으니까요. Junior 그룹은 압도적으로 중국인이 많고 일본인도 상대적으로 다른 학회보다 많은 듯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중국이 submission은 50%를 넘었지만 accepted paper는 50%가 안 됐다고 하는데, 올해는 드디어 accepted도 50%를 넘었다고 하네요.  학회 입장에서는 발표논문의 대다수가 중국인들이 저자인데, 학회를 위한 활동에는 열심히 참여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던 중국인들 중에서 비자 문제 때문에 (미중 사이의 갈등 탓이겠죠) 참석을 못해서 대신 발표하는 경우가 적잖았는데, 중국본토에서 모두 예정대로 참석했으면...

최근 미국에서는 컴퓨터 분야 (특히 AI분야)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대부분 산업계에 높은 연봉을 받고 가버려서 학문을 지속할 인재들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Stanford 대학도 junior faculty를 뽑아 놓으면 창업을 하거나 구글/페이스북 등에 가버리거나 해서 난감하다고 하네요. Stanford 대학 명예교수이신 Ed Feigenbaum 교수님께서도 인력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그런가 하면 Stanford Research Inst. 의 AI center의director인 제 친구 Karen Myers에게 페이스북의 고위 임원이 전화를 해서 “SRI는 산업체에 기술전수를 한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우리는 AI 전공한 박사를 500명쯤 뽑아 놨는데 뭐 나오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투덜댔다고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회사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사람을 뽑아놓고 제대로 활용 못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이번 학회에서 박사과정 내내 같은 오피스를 쓰며 동고동락 했던 친구인 Karen을 만났는데 (사진, 이 친구는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건지...), 마치 세월을 휙 넘어 30년전쯤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지금은 SRI의 AI센터 director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만국립대의 교수로 있는 Jane도 Stanford 에서 비슷한 시기에 박사과정을 함께 했었죠. Karen과 Jane은 거의 매년 학회에서 서로 만났나 보더라구요. 음.. 뭔가 졸업 25주년 기념 동창회에 온 느낌이랄까? ㅎㅎ 암튼 그랬습니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오랜동안 저와 인연을 이어온 U. of Washington의 Yejin Choi 교수와도 만나 회포를 풀었지요. 

학회 내내 춥고 바람불고 비도 오고 했는데, 마지막날이 되니 날이 화창해졌습니다. 금요일 오전까지 학회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관광"을 조금 했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Diamond head crater에서 하이킹을 하며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와 하늘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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